일본 연구진이 젖소에 얼룩말 무늬를 그려 파리 떼로부터 소를 보호하는 데 성공하며, 올해 이그노벨상 생물학상을 수상했다. 이그노벨상은 노벨상을 패러디해 ‘기발하지만 의미 있는 연구’에 수여하는 상이다.
19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대에서 열린 제35회 이그노벨상 시상식에서, 일본 국립 농업·식품산업기술종합연구기구 소속 고지마 도모키 연구팀은 검은 털을 가진 젖소 몸에 흰색 줄무늬를 칠하는 실험 결과, 파리가 최대 50% 적게 달라붙는 사실을 입증해 생물학상 영예를 안았다.
연구팀은 검은색 소에 얼룩말 무늬와 검은 줄무늬를 칠한 뒤 각각 파리 수를 측정했다. 일반 검은 소에는 평균 128마리의 파리가 붙었으나, 검은 줄무늬 소는 111마리, 얼룩말 무늬 소에서는 55마리까지 줄었다. 연구진은 이 방법이 기존 살충제 사용을 줄이고 동물 복지와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상 식에서 고지마 연구원은 얼룩무늬 옷을 입고 등장해 “실험할 때부터 꼭 이그노벨상을 받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료 연구자들은 종이 파리 모형을 들고 퍼포먼스를 펼치며 축하했다.
이 같은 연구 성과는 농림업 현장의 번거로운 살충제 사용 부담을 덜고, 동물 스트레스 감소로 건강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올해 이그노벨상은 영양학, 평화, 항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창적인 연구들이 함께 선정됐다.
[이그노벨상이란?]
이그노벨상은 1991년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유머 과학잡지인 《기발한 연구 연감(Annals of Improbable Research)》이 제정한 상으로, 노벨상을 패러디한 ‘괴짜 과학상’이다. 매년 노벨상 발표 직전에 하버드대 샌더스 극장에서 시상식을 열며, 진짜 노벨상 수상자들이 시상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름은 ‘고상한’을 뜻하는 ‘노블(nobel)’의 반대인 ‘이그노블(ignoble)’에서 따온 말장난이다. 엉뚱하고 기발하며 웃음을 주는 연구 중에서도, 반복할 수 없거나 하지 말아야 할 연구, 그리고 의미가 있으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연구에 수여된다. 대표적인 예로, 자석으로 개구리를 공중에 띄운 연구로 이그노벨상을 받고 10년 후 그래핀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도 있다. 요컨대, 웃음 뒤에 생각하게 만드는 과학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