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향의 책읽어주는 선생님’https://blog.naver.com/mymei66/223989662377
프리즈 아트페어와 함께 열리는 거장들의 전시로 설레는 주간이다. 특히 루이스 부르주아는 호암 미술관과 국제 갤러리 두 곳에서 전시가 열린단다. 공교롭게도 이번 영국 여행에서 루이스 부르주아 전시를 세 번이나 만났다. 스코틀랜드 국립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 코톨드 갤러리까지. 모두 기획전이다. 현재 테이트 모던에서는 그의 존재를 알렸던 <마망>이 터빈홀을 채우고 있다.
과연 현대미술의 거장이 틀림없는데, 한국전시도 크게 열린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모두 시기를 맞춘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인생과 작품을 다룬 다큐도 EBS EDIF에서 방영중이다. 소식을 듣고는 바로 시청했다. 고맙게도 국제다큐 영화제 기간에는 홈페이지에서 계속 다시 볼 수 있다.
아주 오래전 국제갤러리 전시에서인가 본 다큐를 기억하는데, 그녀의 삶을 비춘 작품과 다큐를 보면서 놀랍고도 감동적인 느낌이 컸었다. EBS 다큐는 2025년 프랑스 감독 마리에브 드그라브 작이다. 그동안 그의 작품들을 두루 마주하고 책도 읽었던 세월이 지났고, 다시 보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예술 인생은 더없이 감동이다. 아니 에르노나 뒤라스처럼 자신의 삶 자체가 작품이었다.
다큐는 그녀의 자기 고백을 잊지 않고 담아냈는데, 특히 마지막이 인상적이다. <망각에 바치는 송사>에서 “소녀는 어른이 되지 못했다. 아무것도 필요없다. 두렵지 않다. 나는 어른이다. 두렵지 않다.”로 마무리했다. 일생에 걸쳐 우울과 고통에 시달렸지만, 결국은 자기를 극복해낸 것이다. 그것을 자기 스스로 인정하며, 인생이 그런 것이라 했다.
그리고 묻는다.
“그동안 무엇을 했나요? 나는 모두 내가 결정했어요. 인생은 내 나름의 여정이죠.” 부드러움으로 돌아간 말년의 작품들을 스코틀랜드에서 보았었다. 치열하게 살았고 글쓰기와 작품하기를 해야만 했던 그녀의 열정과 에너지가 멋지고, 그 모든 과정을 통과해 낸 한 사람으로의 삶은 더욱 감동이다. 그런 태도 덕분에 75세 이후 그녀는 더욱 주목받았다.
내 삶에 힘이 되는 언니를 만나 더욱 감사하다. 이제 전시를 보러 좀 편한 마음으로 갈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