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향의 책읽어주는 선생님’https://blog.naver.com/mymei66/224028655763

선드리프레스 출판사 기획이 마음에 들었다. 도시 공간 영화관에 이어 미술관을 읽었다. 젊은이들의 글이라 새롭고 에너지가 느껴진다. 때로 문장의 허영 같은 것들도 패기로 느껴지지만, 전체적으로 깊은 사유 과정 끝에 나온 간절함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근래 내가 보았던 책과 영화, 전시들이 많이 겹쳐서 좋았다. 나이차는 있으나 동시대를 다른 눈으로 경험하고 있음이다. 그런 면에서 젊은이들의 글을 읽는 것은 즐겁다. 세월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겠으나, 착잡하고 막막한 기분에 사로잡힌 심정 앞에서 미술관을 찾는 마음들을 응원하며 읽었다.
기자인 김건희는 1995년생이다. 30대의 언니 김지연에서 편지를 쓰고, 답장을 받는다. 원고 의뢰를 계기로 만난 두 사람은 영혼의 대화를 나누는 듯 깊은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전시와 관련된 경험을 내것으로 가져와 소화하고, 글로 표현하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다. 전체적으로 명료한 것들을 몽롱하게 만드는, 경계를 흐리게 하는 그 무엇으로 표현하는 것 같은 분위기로 읽혔다.
심지어 최근에도 본 루이스 부르주아가 초반부터 나온다. 권진규와 목정욱, 퐁피두와 국제 갤러리, 영화 〈세렌디피티〉와 론 쉐르픽의 〈원데이〉가 나온다.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경험의 멸종이 선언되는 시대에, 경험을 나눌 수 있다니 너무나 반가운 일이다.
특히 김지연의 글은 몹시 욕심난다. 자신의 주변과 편지를 읽는 상대를 미술과 고의적으로 매력적으로 연결한다. 예를 들면 목련, 화이트큐브, 불친절한 작품, 은유적 해석 능력 사이를 소통이라는 주제로 엮어내는 것처럼 말이다. 김건희의 글 역시 속내를 드러내는 진실함에 곳곳에서 감동이 피어올랐고, 차곡차곡 쌓인 미술 경험들이 놀라웠다. 미미의 서사는 모호한 영역에서 마음을 확 잡아당기는 사연으로, 선명해지는 순간이었다.
두 젊은이 모두 늘 전시를 보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다. 나는 블로그에 설렁설렁 쓰면서도 매번 쉽지만은 않은데, 이들은 글쓰기 노동자로 날카로운 사유의 촉을 유지하느라 애쓰는 과정이 글 속에서 반짝거린다.
재미있게도 김지연 평론가와는 곧 만나게 될 예정이다. 내가 읽는 책 저자가 진행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인지도 모른 채 신청한 셈이다. 그런 우연을 발견한 것은 부산 가는 기차 안에서였다. 인스타보다가 우연히 미술관 프로그램을 보고 신청했고, 친구에게 같이 가자고 톡보내고, 다시 책을 읽는데 혹시나 했다. 같은 분이다. 인연이라 생각하며 수업 날을 기다린다.
“형식이 주는 무게감에서 벗어나 내가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 나의 변화, 전시 공간에 들어설 때와 나설 때 나의 미묘한 차이를 어떻게 하면 가볍게, 재밌게 전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이죠.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많이 읽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