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는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다”며 “일체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또 “남한과 통일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남북통일의 가능성에 대해 전면 부정하며 남북 관계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화 손짓에는 미국이 비핵화 목표를 포기한다면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 2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4기 제13차 회의에서 “이 기회에 한국과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보다 분명히 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22일 보도했다. 이어 “우리와 대한민국은 지난 몇십 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두 개 국가로 존재해 왔다”며 “조선반도에 지구상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이 첨예하게 대치되어 온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은 모든 분야가 미국화된 반신불수의 기형체, 식민지 속국이며 철저히 이질화된 타국”이라며 “정치 국방을 외세에 맡긴 나라와 통일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며 “적대국과 통일을 논한다는 것은 완전한 집착과 집념의 표현일 뿐 그렇게 고집한다고 현실적으로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그는 “어느 하나가 없어지지 않으면 안 될 통일을 우리가 왜 하느냐”고 통일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선을 그었다.
2022년 9월 핵 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북한은 핵 포기 의사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에게서 비핵화라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며 “무장해제시킨 다음 미국이 무슨 일을 하는 가에 대해서는 세상이 이미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절대로 핵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중단-축소-비핵화 3단계 비핵화론’을 두고 “우리의 무장해제를 꿈꾸던 전임자들의 숙제장에서 옮겨 베껴온 복사판”이라면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북한에 유화 제스처를 펴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핵화 목표’ 포기를 조건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이 허황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외교 안보라인을 중심으로 긴급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