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향의 책읽어주는 선생님’ https://blog.naver.com/mymei66/223998426669
“여기에는 이해해야 할 것도, 해야할 것도 없다. 다만 존재할 수 있는 공간 만이 있을 뿐이다.”
-안토니 곰리
영국에서 안토니 곰리(1950~) 작품을 봤고, 보고 싶던 한국전시도 드디어 다녀왔다. 아트위크로 분주한 이번주에 비소식도 있으니, 〈뮤지엄 산〉은 좀 조용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로 갔다. 다행히 첫 관객으로 곰리의 〈그라운드〉를 볼 수 있었고, 카페에 앉아있을 때 비도 쏟아졌다.
안도 다다오가 구현한 〈그라운드〉는 안토니 곰리와 잘 어울렸다. 단정한 공간에서 작품이 우뚝 빛났고, 그 안으로 진입한 관객은 숭고한 그 무엇과 마주하는 기분이다. 한차례 단체 관람객들이 들어왔고, 공명하는 소리로 공간의 부피가 달라졌다. 그러다 쑥 빠져나간 공간에 고요와 적막이 찾아왔다. 곰리가 말하고 싶었던 존재적 고독이 휙 들어왔다. 그것도 안도 다다오의 공간에서. 돔 밖에는 산과 바람, 빗방울이 적막하게 기다린다. 심지어 햇빛까지 쏟아져 천창의 핀 조명도 잠깐 마주했다. 아주 좋았다는 얘기다.
카페에서 비구경, 구름구경, 물구경하며 한참을 보냈고, 내부 갤러리 공간에서 다큐, <Liminal Field>시리즈, 드로잉과 판화시리즈를 보고 나왔다. 변화무쌍한 날씨속에 곰리가 추구하는 인간 신체에 관한 탐구를 여러 방식으로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뒤늦게 읽어보는 브루셔 문장에서 건축에 관한 내 마음을 발견했다.
“이 곳에서 건축은 단순히 물리적인 구조물이 아니라 이 곳으로 향하는 여정의 경험,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식하게 되는 무형의 가치관까지 모두 포괄하고 있다.”
-안도 타다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