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간 국회 국정감사 출석 여부를 놓고 갑자기 논란이 커진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은 ‘정치계의 미스테리 여인’이다. 나이, 학력, 출생지 등 기본적인 인적사항 조차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지 1998년 대학을 졸업한 뒤 30년 가까이 이재명(61) 대통령과 ‘성남 라인’으로 함께 일하고, 결혼한 50대 초반으로 추정될 뿐이다. 극도로 언론 노출을 꺼리는 그녀는 자신을 ‘고등학생 자녀를 둔 평범한 엄마’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김현지 총무비서관은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명단 11명중 유일하게 빠진 1명이라 더 크게 문제가 불거졌다. 여당의 친명계 핵심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 조차 MBC라디오에 출연해 “30년동안 국정감사 증인 채택 때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논란이 됐던 적은 없었다”며 “공직자로서 증인으로 국회에 출석해 자기 입장을 표명하는 게 상식적이다. 그게 국민주권정부가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꼬집었다.
대통령실은 김현지 총무비서관을 증인에서 빼달라고 요청하지 않았으며, 실세 보호에 나섰다는 주장은 낭설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은 “절대 불러서는 안되는 ‘존엄한 존재’냐”라며 “대통령실의 살림과 직원 인사를 맡는 자리인 총무비서관이 역대 정권 최초로 비서실장 위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의 ‘그림자 실세’
김현지 총무비서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뒤 김현지 총무비서관은 공식 직책상 대통령실 살림을 책임지는 행정직의 직무 범위를 넘어, 정무와 인사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받아, 그녀에게 ‘그림자 실세’ ‘문고리 권력”만사현통(모든 것은 김현지로 통한다)’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김현지 총무비서관과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인으로 부각되기 전인 1990년대 후반 성남 지역 시민운동에서 부터 시작됐다. 1998년 대학을 갓 졸업한 김현지 총무비서관은 당시 지역 풀뿌리 시민단체였던 ‘성남시민모임’의 사무국장을 맡았었다. 두 사람은 단순한 상하관계로 만난 게 아니라 공동의 정치적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는 이른바 ‘성남 라인’ 초기 멤버이자 동지로 30년 가까이 이어져 온 것이다.
그녀는 성남시의 비행안전구역 내 도로 공사와 관련해 180억원의 예산낭비를 지적하고 주민소송을 제기해 대한민국 최초의 주민 소송 사례로 기록됐다. 이후에도 ‘성남의제21실천협의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지역 보건, 복지, 환경 이슈에 개입하며 감시와 비판활동을 계속했었다.
이재명 공직 진출 뒤로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
시민운동을 하던 이재명이 2010년 성남시장이 된 뒤 김현지는 비영리단체인 ‘성남의제21실천협의회’ 사무국장이 됐다. 그런데 그녀의 취임 직후 이 단체에 대한 성남시의 지원금이 그간 7510만원에서 1억2711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시민운동의 순수성이 정치적 후원 관계로 변질돼 ‘경계의 모호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되고 있을 정도다.
이후 김현지는 2018년 이재명이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면서 ‘도지사 비서실’에 합류해 정진상 전 실장과 함께 정무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2020년 이재명이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서 대선 캠프에 합류했으며,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2022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되자 국회의원 수석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시기 대장동 개발, 백현동 공약 논란, 김문기 관련 발언 등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자, 김현지 수석보좌관이 관련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하면서 대응을 주도했었다. 당시 이재명 대표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언론에 포착돼 뉴스가 되기도 했다.
김현지 수석보좌관은 “백현동 허위사실 공표,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김문기 모른다고 한거 관련 의원님 출석 요구서”라고 쓴 뒤 “전쟁입니다”라고 첨언 한 것이 화제가 됐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재명의 단순한 행정 보좌를 넘어 법적, 정무적 생존전략까지 설계하고 실행하는 핵심 인물임을 처음으로 만천하에 보여준 사례였다. 두 사람간 이런 깊은 관계는 이재명이 대통령에 취임한 뒤, 총무비서관으로 일하지만 대통령실내 막강한 권한을 움켜쥔 막후 실세로 알려진 이유다.
실제로 김현지 총무비서관은 김남준 제1부속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장,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과 함께 ‘원조 친명계 4인방’으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이들 4명은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공통점을 보이면서 이재명을 그림자처럼 보좌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김용과 정진상이 사법 리스크로 연이어 구속된 2022년 말 이후, 김현지 총무비서관의 권한 집중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 바로 밑에서 은밀하게 조직, 인사, 총무 업무를 홀로 끌고 가는 형세라는 얘기다.
대통령실 내 직원 채용때
깐깐한 검증 주도 소문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장차관,실장급 공무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김현지 총무비서관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성남시장 시절 결식아동 급식카드에 ‘결식아동카드’라는 딱지가 붙어 있었던 것을 김현지 비서관이 발견하고 지적해 내가 고친 일이 있다”고 말해 그녀가 대통령의 가장 신뢰받는 핵심 측근임을 공표한 셈이 됐다.
이에따라 최근 언론 보도 등에서 한 대통령실 관계자의 증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현지 비서관을 통하지 않으면 수석이건 비서관이건 자기 밑의 행정관 한명도 대통령실에 들어 올 수 없을 정도”라며 “만사현통이라는 시쳇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김현지 총무비서관의 철저한 비밀주의 전략까지 겹쳐지면서 사사건건 되레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적 신뢰 기반의 인물이 공적 시스템의 민감한 영역(인사, 예산)을 통제하는 권력 집중의 메커니즘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불출석은
정권 투명성 문제
이재명 대통령실 김현지 총무비서관의 국정감사 불출석 논란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다. 이재명 정부가 입법부와 행정부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와 투명성을 거부하고, 훼손하는 중대한 정치적 함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의 예산과 인사 등 민감한 내부 영역을 관장하고 있어 국회 검증을 거부하는 행위는 곧 권력 운영의 불투명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