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훌륭한 강의를 듣다니 감격이다. 임근준 평론가는 미술계에서 저평가된 여성 예술가들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그 맥락에서 힐마 아프 클린트를 이야기 하겠다고 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힐마 아프 클린트 연구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내공 깊은 강의는 언제나처럼 풍부한 자료와 함께 전반적인 배경지식을 계보화 해서 짚어주고, 그 중에 위치하는 힐마 아프 클린트의 작품성, 새롭게 조명되어야 할 가치들, 작금의 미술계와 관련된 의미들을 꼼꼼하고도 깊게 짚었다. 그의 여러 강의들이 좋았지만, 특히 시민 수준 강의임에도 심도있는 영적 모더니즘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메모가 바빠서 사진도 여러장 찍었는데, 모두 여기에 올릴 수는 없고 키워드로만 메모를 남긴다. 무엇보다 힐마 아프 클린트가 주변의 영적 작품들을 시도한, 여성 작가들의 계보가 현대 추상미술에 미친 영향과 가치들을 알게 되어 충격이다. 단순하게 툭 튀어나와 추상화를 개척한 것이 아니라, 당대 함께 활동한 이들과의 시대적 맥락이 있었다.
추상화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 남성작가들에 의해 내적 요소들을 단순하게 표현하는 형식적 과정과 다르게, 영적인 견지에서 펼쳐진 자연스러운 추상화의 정신적 과정이 여성 작가들에 의해 표현되었고, 여성의 불리한 사회적 위치 때문에 여성에게로 이동한 다성적 서사는 영적 모더니즘으로 이어졌다는 것. 애니 베이전트, 엠마 쿤츠, 주디 시카고, 조지아나 하우턴, 안나 카셀에서 조지아 오키프, 아그네스 마틴에서 양혜규까지 연결된다.
추상화의 시작을 다시 짚어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하는 뜨거운 현장이었다. 나는 프리즈 서울 삼청 나잇에서 펼쳐진 쇼킹한 내림굿에 질문 했는데,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 장소는 퐁피두의 <지구의 마법사들 1989>에 영향받은 백남준의 자리였다는 보충 설명도 들었다. 올해 서울시립의 미디어시티 비엔날레 주제도 <강령:영혼의기술>이라고 했다. 시대적 변화를 이렇게 읽는 큰 공부를 했다.
“추상 미술은 어떻게 왜 시작되었는가?”